[이아침에]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지말고
“부--자 되세요.” “대박 나세요.” 이런 직설적인 덕담은 우리 어릴 땐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물질을 내놓고 말하면 품위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었다. 이러한 말을 이 삼십 년 전에 했더라면, 주변사람들로부터 받았을 경멸의 시선을 요즈음 젊은이들은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돈이 그때나 지금이나 삶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도 보통은 그렇게 입에 올려가며 드러내어 말하지 않았다. 돈이 인격이자 지위이자 그 사람을 나타내는 가장 큰 척도가 되는 요즈음, 그걸 보고 “천박해!” 하고 평가할 용기는 아마 없을 듯하다. 연말연시에 주고받은 인사대로 라면 새해에 돈은 엄청 벌게 되어있고 평생 한 번이나 날까 말까 한 대박도 여러 번 나게 되어있다. 하지만 올해의 돈이 덕담처럼 다 내게로 몰려올 것인가? 언감생심이다. 행복지수라는 것이 있다. 자기가 바라는 것을 분모로 삼고 성취한 것을 분자로 삼으면 행복지수가 된다. 행복지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보통 성취한 것을 늘리는 방법을 생각하지만 ‘바라는 것’을 줄이는 것도 행복을 키우는 다른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2024년에 발표된 유엔의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143국 중 1위는 7년째 가장 행복한 나라에 선정된 핀란드, 부자나라인 미국의 행복지수는 23위, 대한민국은 52위였다. 결국 경제적으로 잘 산다고 꼭 행복하게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에 관심이 많이 간다. 결과나 수치를 볼 때도 미국과 한국이 동시에 마음이 쓰이곤 한다. 일가친척이 많이 살고 있는 내 조국이 아닌가. 한국이 안정되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월 한 달은 매우 복잡했다. 살고 있는 이곳은 하늘의 재난으로 지옥 같고 저곳은 사람이 만든 지옥 같아서 두 지옥 사이에서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술을 마주하고 지은 시 ‘와각지쟁(蝸角之爭)’은 다음과 같다. ‘蝸牛角上爭何事(와우각상쟁하사)/石火光中寄此身(석화광중기차신)/隨富隨貧且歡樂(수부수빈 차환락)/不開口笑是癡人(불개구소시치인)’ 우리말로 옮기면 이런 뜻이다.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 부싯돌 번쩍하는 찰나에 의탁한 이 몸/ 부유한 대로 가난한 대로 즐거움 있는 법/ 입을 벌려 웃지 않는 이 어리석은 자로다.’ 우리 속담에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말이 있다. ‘웃는 집안에 복이 많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이는 기업이나 국가에도 해당한다.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이 자주 웃을 수 있어야 국운도 상승이 될 것이다. 조그만 나라 대한민국에서 좌우가 갈려 싸우는 건 달팽이 두 뿔 위에서의 싸움과 무엇이 다를까. ‘와각지쟁’을 멈추고, 얼굴마다 웃음 넘치는 날들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 이정아 / 수필가이아침에 달팽이 나라 대한민국 지옥 사이 분모로 삼고